후쿠오카 FINA와 새만금 JAMBOREE
영어학과
김강 교수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일본 규슈로 통하는 관문이자 대표적 관광 도시다. 8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렸던 2023 월드 아쿠아틱스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7월 14일부터 약 보름간 국제수영연맹 FINA가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수영 전문선수들의 각축장이라면, 마스터즈 대회는 지구촌 각지의 아마추어 수영 동호인들이 경쟁과 교류를 통해 친선을 나누는 축제의 마당이다.

코리아 수영 도시를 꿈꾸는 광주도 2019년 여름 제18회 FINA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가 있다. 필자는 당시 선수권대회에서 미디어센터 지원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후 마스터즈 경영 부문에 출전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 여세를 되살려 후쿠오카 대회에 신청했다. 남자 50미터, 200미터 자유형에 출전해 개인기록을 갱신했으니 고생만큼 보람찬 보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당겨진 내년 초 카타르 도하 대회를 거쳐 2025년 싱가포르에서 다음 대회가 열린다니 내친김에 시리즈로 도전할 작정이다.

일본 여행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학회참석과 대학 교류업무를 목적으로 도쿄, 오사카, 교토 등 혼슈의 중심 지역과 홋카이도의 삿포로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다녀왔다. 규슈는 새로운 루트 삼아 주로 부산에서 크루즈 뱃길로 시모노세끼와 기타규슈를 비롯해 남쪽 인근 지역까지 대충 둘러보았다. 6일간의 비교적 차분한 여정 속에 후쿠오카를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첫 경험인 셈이다.

김해공항을 사뿐히 출발한 비행기가 약 50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착륙에 당연한 시간을 빼고 나니 대충 30여 분의 비행거리다. 마치 광주에서 제주 가는 격이다. 그렇게나 짧은 스페이스 점프지만 벌써 낯선 이국에 착륙했다는 시공간적 경이로움은 이원복 교수의 명저 만화시리즈 ‘먼나라 이웃나라’의 의미를 새삼스레 실감케 했다.

공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도시의 ‘본정통’인 하카타역 근처 숙소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무슨 생소한 시추에이션인가. 그 흔하디흔한 휴대폰 벨소리는 물론 스피커폰이나 소리 내어 통화하는 사람마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약속된 침묵이 국제적 도시에서 어찌 가능할까. 후쿠오카는 부산과 220km 거리로 지리상 가장 가까운 일본의 대도시다. 인구는 광주보다 더 많은 163만 명으로 일본 전체 6위를 차지한다.

필자에게 그지없이 생경한 후쿠오카의 모습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의 거리와 공공시설은 슬며시 버린 플라스틱 커피잔은커녕 쓰레기나 잡초 하나 없이 깨끗하고 단정하다. 하카타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선수등록을 마친 후 올라탄 시내버스에서는 유니폼과 모자를 반듯하게 갖추고서 자신의 노선을 차분하게 운행하는 운전기사의 정차 멘트만 간간이 들릴 뿐, 오히려 외국 관광객의 시끌벅적 소란스러움이 우주의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다. 정거장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자신의 탑승권을 확보하려 치열하게 ‘러시’하지 않는다. 승객이 빽빽한 버스에서는 서로의 하차공간을 위해 백팩은 가슴에 돌려 안고 묵묵히 인내한다. 인파가 북적이는 쇼핑몰에서도 서로를 소리쳐 부르는 경우를 전혀 듣지 못했다.

마스터즈 대회의 경영 종목은 후쿠오카 해변에 위치한 ‘마린 메세 수영장’과 도시 외곽 ‘니시 시빅 풀’ 두 군데서 치러졌다. 선수들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입장과 퇴장의 동선과 예비훈련과 실전대회를 위한 플랜과 시설을 그 얼마나 치밀하게 마련했는지 대회의 매 순간마다 편리와 신속 그리고 질서에 일본수영조직위를 향한 감탄과 감사의 찬사를 아니 베풀 수가 없었다.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바다 수영을 하러 찾아간 모모치 비치 파크의 장면도 인상적이다. 모모치 비치는 이번 대회 오픈 워터 수영대회 장소로서 하와이의 모래를 가져다 조성했다는 인공해변으로 인기 있는 도시 공공시설이다. 샤워장과 락커 사물함 등 수영에 필수적인 시설은 소박하면서도 충분했다. 여느 해안가에서 풍기는 비린내도 전혀 없다. 날씨에 따라 무료 그늘막이 설치됐고 휴식의 벤치도 잘 갖춰졌다.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도시 행정 서비스의 실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굿 플레이스이다.

모모치 비치 바로 뒤편 우뚝 선 후쿠오카 타워는 이 도시의 상징이다. 전체 길이는 234m로 일본 제일의 높이를 자랑하는 해변 타워다. 전망대에서 동쪽 하카타항에서 서부 캐널 운하를 중심으로 나뉘어있는 도시의 전경을 그야말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조 시티처럼 정교하고 깔끔하며 삐쭉 튀어나온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아하다.

대체 도시를 어떻게 이처럼 멋지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일까. 후쿠오카 개항의 긴 역사도 국제적 명성의 기반이 됐겠지만, 분명코 재난대비에 철저했던 민족성과 장인정신, 게다가 세계시민으로서 치열한 노력 덕분이리라. 최근 일본을 찾는 코리안 관광객이 350만 최고에 달했다는 뉴스에 유니클로가 어리둥절할 만하다.

후쿠오카에 머물렀던 기간 내내 우리의 조국은 ‘폭망’한 세계 잼버리 뉴스와 그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정치권의 다툼으로 소란했다. 조직위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본문과 의무를 망각한 채 염불보다 잿밥에 끌리듯 그저 예산집행과 해외 유람을 즐기며 허송세월한 탓이 아닐까. 현장이탈 주무 여장관과 화장실 변기 몸청소 총리, 대한민국 행정 마인드의 극명한 현실이다.

초등에서 고등학교까지 활동한 보이스카우트 대원으로서 고국의 현실이 부끄럽고 참담했다.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스카우트 선서와 스카우트는 믿음직하다는 스카우트 규율이 무색할 혼돈의 극치다.

‘차리고 있다!’ 어릴 적부터 다짐했던 보이스카우트 슬로건이다. 대체 우리는 언제나 정신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