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김경호 교수
인구의 고령화 및 코로나 팬데믹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료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지속가능한 보험재정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내실있는 지출관리 방안으로 불법 개설기관을 적발하여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불법 개설기관 이른바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사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영리추구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사무장 병원은 환자 권리 침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 의료 인력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의료 사기와 부정행위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가장 문제적이다.
공단 자료에 의하면,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공단의 피해액은 지난 10년간 약 3조4300억 원에 이르며, 그 피해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단이 이런 사무장병원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도 환수하는 금액이 피해액의 6.7%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일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 평균 12개월에서 길게는 4년 5개월까지 기간이 소요되어 그 사이 폐업하거나 재산을 처분·은닉하는 등 환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재정 누수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단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일례로 공단 이사장(정기석)은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국민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퇴출을 꼽았다. 이를 계기로 특사경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와 움직임 또한 탄력을 받는 분위기이다.
공단이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면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 비용을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빠르게 환수할 수 있고, 사전에 진료비 지급을 정지시켜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공단의 설명도 참고할 만하다. 특사경 제도는 전문성, 수사의 효과성, 불법 개설의 예방 효과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공단은 2014년부터 불법개설기관을 조사해오고 있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특사경은 불법개설기관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반 경찰보다 더 효과적인 수사와 예방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수사 기간의 단축과 환수 금액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끝으로, 특사경의 존재는 불법개설기관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즉, 특사경 도입만으로도 불법기관의 개설 시도 자체를 자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도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수사 권한 법제화, 특사경 추천권의 제한, 직무규정 및 인권보호 지침 제정ㆍ운영 등 수사권 오ㆍ남용 우려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불법기관 개설은 꽤 오래된 문제이지만 최근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작된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부터 여야 4개 국회의원실에서 특사경 제도도입을 위한 「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을 발의하였는데, 현재 4건 모두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료계에서도 사무장병원 근절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공단이 특사경권을 갖게 되면 권한 남용이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모든 법률안을 보면, 의료법과 약사법상의 불법 개설 범죄에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그 밖의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오히려 의료계는 특사경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 건강보험의 재정 절감, 선량한 의료기관의 보호를 위해 건강보험 특별사법경찰제도는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비유하자면, 건강보험이라는 집 안에서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집안의 쥐를 잡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때로는 고양이를 들여놓는 방안이 가장 강력한 대책이 될 수 있다. 국회는 불법개설기관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 발의된 건강보험 특별사법경찰에 관한 법안 처리를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