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와 만난 ‘음악의 힘’
융합학부
남지연 교수

음악교류였을 만큼 음악은 이제 정치, 외교,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음악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종교의식에 사용되기도 하였고 치료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그런 음악의 치료적 기능은 일방적으로 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익숙했던 나에게 직접 사람들을 만나 함께 상호작용하며 소통을 하고 무엇보다 정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6살 무렵부터 시작해 연주자의 삶을 살고자 했던 내가 과감히 음악가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치료라는 낯선 세계에 뛰어들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수년간 클래식음악에 익숙했고 아는 노래라고는 90년대 팝송이 전부였던 나에게 30-40년대 문화가 익숙한 보스턴 지방의 백인 치매노인들과의 첫 만남은 언어와 세대, 그리고 인종 차이를 극복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환자들과의 만남도 음악 안에서는 가능했다. 잊혀져가는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마디의 노래 가사는 말하고 먹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심지어 자신조차 잊었던 환자가 잠시나마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었고 나에게도 그 순간은 짧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 기억이 사라지기 전 자녀들에게 노래를 만들어 선물할 수 있어 감사해하던 환자와 가족들, 필자를 오래전 연인으로 착각해 그 옛날 함께 음악을 연주하던 추억에 빠졌던 60대 초반의 환자도 소박하지만 모두 음악 안에서 함께였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동양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 그들의 삶에 초대되어 그렇게 삶의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었을까?

이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자폐아동들에게도 음악은 소통의 통로가 되었고, 때로 지적장애인들의 해맑은 웃음과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은 나로 하여금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환자들과의 경험은 클래식음악 전공자로서 전공음악 활용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Music and Imagery(음악과 심상)라는 음악심리치료 분야의 트레이닝을 받으며 성폭력, 가정폭력 트라우마나 우울증 등의 심리적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깊이있고 장기적인 음악심리상담을 시도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성폭력사건을 삼십이 되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내담자와의 2년간의 만남은 음악을 활용한 상담의 치유적 힘을 믿게 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흔히들 음악치료를 했다고 하면 “어떤 음악이 효과적이에요?” “꼭 클래식음악이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럴 때는 “요즘 어떤 음악을 자주 들으세요?”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왜 그리도 많고 많은 음악 중에 하필이면 그 음악을 듣는지. 나의 이 질문에 10명 중 7-8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때로는 이유 없이 들리는 대로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특정 음악의 분위기나 가사가 좋아서라는 이유이다. 결국 우리가 음악을 듣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그 음악의 어떤 부분과 맞닿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음악은 가사를 통해 타인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대신해주는 소통의 도구이자, 감정표출을 돕는 치료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내담자의 입장에서는 말이 아닌 음악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상대에게 전달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환자의 저항을 다룰 때 음악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주변의 어느 곳을 가도 음악은 늘 존재한다. 오히려 침묵의 공간에 있으면 무료하고 어색함을 느낄 정도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하지 못하던 간에 음악은 배경으로도 이미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음악은 일상의 차원을 넘어 힐링으로, 그리고 치료로 그 활용범위도 광범위해졌다. 그런 이유에서 음악은 치료를 넘어 일반인들에게도 자기돌봄의 자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좋아하지만 음악청취가 단순한 일회성 오락이 아닌 자신의 정신건강 지킴이로써 스스로의 자원으로 활용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자기자원으로 활용하는 심리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듣고 있는 음악이 있는가? 그 음악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가? 추억? 혹은 이완? 어떤 것이든 좋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출발해보자. 음악은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