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의 글쓰기
교양학부
김신정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각 분야가 융합된 초연결사회를 지향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궁극의 편리함과 동시에 위협감도 느껴진다. 고차원적 지능을 자부하던 인간 앞에 딥러닝을 내재한 인공지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세간의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이세돌을 4:1로 이겨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바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불온한 데이터'전을 열고 국내외 작가 10팀의 작품14점을 전시중인데, 모두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AI)등 공공재로서의 데이터를 예술의 소재로 삼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미국의 작가 자크 블라스는 자신의 작품인 '얼굴무기화세트'를 통해, 안면인식기술과 데이터의 축적이 인간을 유형화하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감시 시스템 안에 놓이도록 하는 작금의 상황을 비판하고 '무정형의 가면'으로서 이에 저항한다는 메시지를 형상화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켜 더욱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데 있겠지만, 우리는 로봇의 등장에 위협감을 느끼며 인간을 유형화하여 획일적인 시스템 속에 가두려는 빅 데이터의 폭력 속에서 우리 자신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임을 과연 증명할 수 있을지 의문에 빠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 누구도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의 발견은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글쓰기 교육은 결과가 아닌 과정중심의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실패라는 경험을 기회로 인식하게 하고 학생 스스로의 부단한 고민과 노력을 통해 글을 완성해 가는 흐름에 초점을 맞춘 교육 방식이다. 한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학생들은 계속해서 글을 쓰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계획에서 집필 그리고 수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순환적이다. 집필하다가 혹은 수정하다가도 애초의 계획을 무너뜨리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과정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과정에서 겪는 실패가 헛수고나 시간낭비가 아니라 글쓰기가 바로 그러한 거듭된 실패로부터 비롯됨을 인식시키는 데 있다. 글쓰기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당연한 일로 인식할 때 글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나의 생각과 표현은 계속해서 변화되고 발전되어갈 수밖에 없는 과정 속에 있음을 체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전히 나와 나 자신의 고독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필연적인 자기성찰과 자기발견의 시간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러한 가운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실패와 나의 경험이 생겨난다.

호남대학교 '사고와 표현' 수업에서는 매 시간 짧은 글을 쓰게 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 살았던 학생들은 갑작스런 글쓰기를 어색해했다. 그러나 매번 짧은 글을 규칙적으로 쓰다보면 글쓰기 근육이 만들어진다. 이제 한 달 밖에 안 되었지만, 학생들은 모두 펜을 준비하고 자신의 생각을 쓰는 데 거리낌이 사라진 듯 보인다. 후반기부터는 자신의 생각과 글에 대해 동료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타인으로부터 받을 상처를 지레짐작하여 움츠러들고 긴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츰 생성되는 교감과 믿음은 서로를 성장하게 만드는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글쓰기는 '사고하기'이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과 앎과 판단에 대한 의심은 필연적이다. 그 의심은 우리의 생각을 더 바르고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게 해 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인간성은 바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의 고유성과 내 앞에 있는 상대의 고유성이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상대를 인식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에게도 위협받지 않는 인간으로의 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