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확인 못한 오보도 가짜뉴스다
신문방송학과
한선 교수

상념에 젖은 듯 무심한 표정. 카메라 앵글이 자신을 비췄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몇십년 뒤 유명한 가짜뉴스의 주인공이 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5·18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 사진으로 알려진 김군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23일 개봉한다. 북한군 개입설은 좀비처럼 사라지지 않는 가짜뉴스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진위를 떠나 원인과 맥락에 관한 호기심이 생길 정도이지만 유명인, 정치인, 주류 언론(인)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짜뉴스는 새삼스럽지 않을 만큼 흔해졌다. 경계도 갈수록 모호해져 이제 사람들은 허위정보, 오보, 가짜뉴스를 엄밀히 구분하는 책상물림들과 달리, 사실 확인이 충분치 않은 정통 언론의 오보도 가짜뉴스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조작돼 유포되는 속칭 ‘지라시’ 같은 진짜(?) 가짜뉴스는 물론, 사실 확인 부족으로 생긴 오보도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가짜뉴스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러 가짜뉴스 유형 중 언론사가 만들어내는 오보가 가장 유해하다고 여긴다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누가 봐도 지라시 같은 가짜뉴스라든지, 얼마 못 가 편파성이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생명력 짧은 가짜뉴스보다, 정통 언론이 만들어내는 오보가 가장 심각한 폐해를 가진 가짜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다수 이성적 시민들은 뉴스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가짜뉴스를 매번 스스로 가려내야 하는 소모적인 작업보다 정통 언론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제공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정통 언론이 개입하는 사례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가짜뉴스 해프닝이 이 과정을 잘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청하는 국민청원 숫자를 둘러싸고 조작설을 제기했던 주류 언론과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 트래픽 통계를 자료로 제시해 얼핏 객관적 근거가 있는 듯했지만 통계자료를 아주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면 보도되지 않았을 해프닝에 가까운 오보였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사는 이를 버젓이 보도했고 야당 원내대표는 거침없이 ‘조작 가능설’을 제기했다. 이어지는 상황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누가 먼저였는지, 출처가 어디인지 구분도, 상관도 없는 단계로 들어간다. 주요 언론(인), 유명인, 정치인을 순환하며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하고 광범위한 가짜뉴스 확대재생산이 가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예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정치인은 에스엔에스에 돌아다니는 수준 낮은 가짜뉴스라도 얼마든지 활용할 것이다. 때로는 교묘하게 직접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결집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라는 것을 오랜 정치경험이 말해줄 터이니 말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들의 말을 ‘따옴표’로 전달하면서 가짜뉴스 생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가짜뉴스 생산 과정에는 이렇게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욕망과 계산이 얽혀 있겠지만 가장 무거운 책임은 정통성 있는 주요 언론이 져야 한다. 의도를 했든, 시간에 쫓겨 불가피한 것이든 사실 확인이 불충분한 뉴스도 가짜뉴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